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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대당하는 소녀 구출하는 강렬한 언니로 돌아오다 <미쓰백> 한지민

미친배우님 | 2018.10.23 16:08 | 조회 148
[무비스트=박꽃 기자]


모든 부모가 자식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소수의 부모는 종종 자식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놓는 폭력범으로 전락하고 만다. <미쓰백>은 그 어떤 핑계로도 용인될 수 없는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부모를 등장시켜 공분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동시에 그들로 인해 고통받아온 피해자를 따뜻하게 품어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경험한 폭력과 낯선 남자의 성폭행 미수로 훼손된 삶을 그저 연명만 하던 ‘백상아’(한지민)는 자신과 비슷한 유년기를 경험하는 어린 소녀 ‘김지은’(김시아)을 마주한다. 선한 얼굴과 작은 체구의 한지민은 소녀 ‘김지은’을 구출하는 강렬한 언니로 변모한다. ‘미쓰백’이라는 호칭 뒤에 숨어 세상을 향한 분노로 일관하던 ‘백상아’는 비록 불완전하고,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일지언정 소녀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미쓰백>은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을 담아낸 한지민의 열연을 기대할 만한 작품이다.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 <미쓰백>으로 관객 앞에 섰다. 장편 영화 주연은 <플랜맨>(2013) 이후 5년 만이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백상아’와 ‘김지은’ 이라는 두 사람이 이 사회 어디엔가 존재하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어른으로서 책임감과 미안함이 들었다. 두 인물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백상아’는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성폭력 위협에 맞서다 전과까지 얻게 된 인물이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은 젊은 여인을 어떻게 표현하고 드러낼지 고민했을 텐데.
‘백상아’는 온전하지 못한 어른이다. 영화 시작부터 날이 서 있다. 세상을 향한 소통 창구를 다 닫고 살아간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가 대체 왜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연기를 해야 하는 내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살아온 삶과 그가 살아온 삶이 너무 다르니 말이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뒤에는 어디에서 자랐을까? 왜 전과자가 됐을까? 감옥에서 나온 뒤에는 어떻게 생활했을까? 자살 시도를 하지는 않았을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백상아’에게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작업이 꽤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외모 변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탈색한 짧은 머리에 얇은 옷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에 도드라지는 짙은 립스틱까지 그간 당신이 보여준 맑고 선한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세차장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게 ‘백상아’가 등장하는 첫 번째 신이었다. 아무래도 한지민이라는 배우 모습 그대로는 ‘백상아’같아 보일 것 같지가 않더라. 주름과 잡티가 드러나는 피부를 그대로 보여주고 탈색한 머리에 짙은 립스틱을 발랐다. ‘나 센 여자니까 쉽게 보지 마’라는 일종의 보호막처럼 보이게끔 말이다.


연기 변화도 눈여겨볼 만 하다. 욕설과 흡연을 비롯한 거친 연기에 더해 ‘주미경’역을 맡은 김소현 배우와 공사장에서 벌인 실감 나는 맨손 싸움 장면까지, 여러모로 고생스러웠을 것 같다.
여자 둘이 싸우는 신은 그리 흔한 장면은 아니다. 미리 동선을 짜고 합을 맞추는 남자 배우들의 (익숙한) 액션 같은 느낌이 들 면 안될 것 같았다. 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김)소현 언니와 유튜브에서 ‘여자 싸움 영상’ 같은 식으로 검색하면서 괜찮은 영상을 서로 공유하곤 했다. “언니, 이거 봐봐 우리 이렇게도 할 수 있어” 하는 식으로 말이다.(웃음)

실전에 돌입해서는 어땠는가.
최초 촬영은 아무 계획 없이 서로 달려드는 수준이었다. 거의 ‘어디 한 번 싸워보자’는 식이었다. 날 것 같은 느낌은 확실히 있었지만 카메라가 우리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하더라. 마구잡이로 싸우다 보니 우리 두 사람이 공사장의 어느 지점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나오지 않아야 할 스태프의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아무튼 ‘컷’ 소리가 나면 바로 나가떨어질 정도로 체력이 소진될 만큼 연기했다. 포효하며 괴로워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정말 악이 올라오더라.(웃음) 싸우는 신을 끝내고 김소현 배우와 둘이 편의점 파라솔 밑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놓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우리 둘이 뭐 하는 건가... 하면서 말이다.(웃음)

촬영하면서 실제로 감정이 복받쳐 오르기도 했다고 들었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한다. 어릴 때는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고 아동,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 전공도 사회사업학과로 선택했다. 아무래도 할머니 손에 커서 그런 것 같다. 조카가 생기고 나서는 아동 문제에 관한 관심이 한층 더 커졌다. 인간으로서 아이들에게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난다.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미비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주미경’과 ‘김일곤’(극 중 백수장) 부부 행동에 욕이 절로 나오더라. 두 역할을 맡아준 김소현, 백수장 배우의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저절로 몰입되기도 했다. 실제로도 그들처럼 계모와 친부 형태에서 아동 학대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들었다.



아동학대 장면을 너무 노골적으로 묘사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 부분에서는 감독의 변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연출 수위를 상당히 많이 고민하셨다고 들었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룰 때 누구든 부딪히는 부분인 것 같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서 입장을 전하자면, 촬영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김지은’역을 맡은 (김)시아를 정신적으로 보호하는 일이었다. 늘 상담사를 곁에 두고 촬영했다.

관객 입장에서는 어린아이가 학대당하는 장면에 여러 차례 노출돼 심정적으로 편치 않을 수도 있겠더라.
직접 영화를 보고 나니 감정적으로 힘들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기는 하더라. 그래서 영화를 보고 힘겨워하는 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아이가 학대받는 장면이 아예 없었다면 ‘김지은’이라는 아이가 처한 상황과 고통을 표현하는 데 모자람이 있었을 것 같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뉴스에서 아동학대 소식을 봐도 ‘저런 일이 또 일어났네’ 정도로 생각하고 끝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접하면 감정적으로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게 영화와 장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취지와 메시지가 좋다는 데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을 찾는 관객의 작품 선택 기준은 다를 수도 있다.
물론 두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러 와줬으면 좋겠다. <미쓰백>을 다 보고 났을 때 남는 잔상은 단순히 고통만은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내 삶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도 굉장히 중요하다. 관심을 모으지 않으면 바꿔나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회적인 소재를 다루는 묵직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분명 고민되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능수능란한 연기자라도 작품의 흥행 성적에 따라 앞으로의 활동에 영향을 받을 테니 말이다.
워낙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과거에는 작품을 선택할 때 너무 많이 주저하고 망설였다. 불현듯 그렇게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너무 많이 흘려보낸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다가올 일을 걱정하다가 정작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배우는 분명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

지금은 그런 성격이 조금 변했나.
나이가 들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이제는 무언가를 선택할 때 조금 덜 망설이게 된 것 같다. 작품을 끝낼 때마다 많은 관객의 피드백을 받았고, 내가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배우의 책임이 무엇인지 조금씩 정리해 나가는 중이다. 만약 <미쓰백> 이후에 또다시 ‘백상아’와 비슷한 역할을 제안받는다고 해도 시나리오가 좋고 상대 배우가 훌륭하다면 또 출연할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조카들과 매일 영상통화를 한다. 아이들이 조금 컸다고 나를 너무 귀찮아한다. 그래도 종종 긴 대화를 나눌 때가 있는데, 며칠 전에는 내게 배를 탄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다 색이 블루가 아니라 브라운이라더라. 어른들은 하늘 하면 하늘색, 바다 하면 파란색을 떠올리는데 아이 눈에는 그렇지 않았던 거다. 그런 순수한 대답을 들을 때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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